스스로 냉장고 들어갔다? 황당 추측이 힘받는 '모자 시신'

작성자
sajwndfl
작성일
2019-09-30 11:23
조회
76
추석 연휴 전날 충남 천안 아파트서 불
누인 냉장고 양쪽에 모자 숨진 채 발견
'극단적 선택 위장한 타살' 억측 나돌아
잠긴 현관문 틈까지 청테이프로 막아놔
경찰 "타살이나 강력범죄 가능성 낮아"
이수정 교수 "고통 줄이는 방법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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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집 안 냉장고 속에서 모자(母子)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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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방법으로 너무 복잡하지 않나? 왜 굳이 불을 냈을까."(rain****)

"아이고 냉장고를 관으로 사용했네."(99ti**** )

"타살 흔적이 낮으면 모자가 스스로 냉장고에 들어 갔을까? 내 머리로는 이해 안 되는데 형사들은 이해가 되나?"(kean**** )

불길에 휩싸인 냉장고 속에서 발견된 母子 시신


지난 12일 <충격의 '냉장고 속 시신'…현관문 틈까지 청테이프로 막아놨다>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던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더구나 단순 화재인 줄 알았더니 불이 난 아파트에서 모자(母子)가 냉장고 안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줬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집 안쪽 현관문 틈까지 청테이프가 발라져 경찰은 외부인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냉장고라는 특이성 때문에 '누군가 모자를 죽인 뒤 냉장고에 시신을 숨겼다' '금전 거래 또는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다' 등 온갖 추측이 나돌았습니다. 또 모자가 함께 목숨을 끊었거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왜 굳이 냉장고를 사망 장소로 택하고 불을 지르는 방법으로 죽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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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모자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경찰과학수사대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범인은 사이코패스? 그날 무슨 일 있었나


도대체 모자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추석 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화재는 이날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 5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습니다. 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이 40여분 만에 진화했습니다. 시신은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소방대원이 발견했습니다.

모자는 집 안 냉장고 속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습니다. 이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오른쪽에는 어머니 A씨(62)가 왼쪽에는 작은아들 B씨(34)가 있었습니다. 모두 불에 그을린 상태였습니다.

발견 당시 냉장고는 천장을 바라보는 형태로 주방 바닥에 뉘어 있었습니다. 냉장고는 양쪽 문이 열린 채 전기 코드는 뽑혀 있었습니다. 냉장·냉동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누군가 모자를 살해 후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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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모자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불이 난 아파트 현장. [연합뉴스]



현관문 틈까지 청테이프 촘촘…외부 침입 흔적 없어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에서 주방 가스 밸브가 파손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무 밸브 일부가 잘려 가스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고 합니다. 인화 물질을 담았던 빈 플라스틱 통(2L)도 발견됐습니다. 발화 지점은 여러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정황인 셈이죠.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천안 서북경찰서 관계자는 "외부인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작다"고 말합니다. "모자의 시신은 그을린 자국 외에 자상 등 특별한 외상이 없다"면서요.

경찰은 집 안쪽 현관문 틈새부터 열쇠 구멍까지 꼼꼼히 청테이프가 발라진 점을 근거로 외부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관문에 설치된 보조 잠금장치 3개도 모두 잠긴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119 소방대가 현장 도착 당시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집 안에 들어갔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한마디로 숨진 모자 중에 불을 지른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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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모자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사진 천안 서북소방서]



사건 전날 귀가한 아들 손에 들린 플라스틱 통


경찰은 어머니보다 아들이 불을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아들 B씨가 사건 전날(9월 10일) 오후 6시 16분쯤 귀가한 이후 외부인의 방문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귀가 당시 B씨가 한쪽 손에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있던 모습도 CCTV에 찍혔습니다. 경찰은 아들이 가지고 집에 들어갔던 통을 인화 물질이 담긴 통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 모자가 불이 나기 전에 숨졌는지, 아니면 불이 난 이후에 숨졌는지 등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화재 당시 들린 폭발음은 인화 물질에 불이 붙으면서 '펑' 소리가 났거나 집 안에 있던 모기살충제(스프레이) 통이 터지면서 난 소리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관문 청테이프가 공기 유입 막아 불 번지지 않아"


불이 난 곳이 아파트여서 자칫 사방으로 불꽃이 옮겨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형 화재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문틈에 청테이프가 촘촘히 붙어 있는 등 집 안에 외부 공기 유입이 차단돼 불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으로 봤습니다.

사건 초기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흔적과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숨진 모자 중 누군가가 인화성 물질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며 "동반 자살이나 타살 후 자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 남짓 지나도록 아직 정확한 사망 경위와 원인·동기 등은 미궁 속입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건 몇 달 전부터 모자 집에서 다투는 소리 들렸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모자가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만,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7년 전부터 남편과 별거 상태로 차남과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큰아들은 2007년 독립했고, 수년 전 결혼 후에는 어머니·동생과 왕래가 없었다고 합니다. 숨진 모자는 모두 직업이 없었지만, A씨가 남편으로부터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15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부터 모자가 자주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불이 나기 며칠 전에도 모자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 진술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선 가정불화나 모자간 갈등을 사건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천안 서북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슬롯사이트 결론이 안 났다" "확인 중이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습니다. 유족이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민감히 여긴 데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피의사실 공표 문제 때문에 경찰·검찰 모두 사건이 종결되기 전 사건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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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모자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사진 천안 서북소방서]



범죄심리학자가 본 '냉장고 속 시신' 미스터리


고유정 사건과 5세 준희 학대·암매장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마다 명쾌한 분석을 해주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 교수도 "외부 침입 흔적이 없기 때문에 타살로 보긴 어렵다. '(모자 중)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을 죽인 뒤 자살했다'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CCTV에 (화재 전날 마지막으로) 아들이 (인화 물질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들고 집에 들어간 점 등 여러 정황상 아마도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숨진 차남을 이번 화재 사건의 계획·실행자로 보는 겁니다.

이 교수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와야 사망 시점을 알 수 있지만, 폐에 연기나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은 사람은 불이 나기 전에 이미 숨졌을 것"이라며 "연기를 흡입한 적 없다는 건 호흡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왜 냉장고를 사망 장소로 택했을까'. 독자들이 가장 '미스터리'라고 여기는 점을 물었습니다. 이 교수는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많은 사람이 느끼는 극도의 공포 중 하나는 의식을 잃기 전 화상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화상을 직접 입지 않으면서 의식을 잃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냉장고 몸체가 두툼한 데다 몸을 충분히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불이 몸에 직접 붙지 않고 연기에 질식하는 아주 영리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특이한 사건이긴 하지만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은 아니다'는 취지입니다.

천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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