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미룬채…신랑집에 전세 든 신부

작성자
sajwndfl
작성일
2019-11-25 12:29
조회
52
집값 80%까지 전세대출 받아
현금 1억원으로 집마련 사례
`특공` 위해 혼인신고 늦추기도
추첨제 폐지후 높은 가점에 좌절
"586세대만 혜택 누리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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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로 청약 커트라인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청약 추첨제까지 폐지돼 각종 주택 정책의 초점이 되고 있는 신혼부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일부 신혼부부는 신랑이 갭투자로 산 집에 신부가 전세로 들어가는 웃지 못할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을 받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 기간(결혼 후 7년)을 확보하려고 혼인신고를 미루는 추세도 생길 정도로 부동산 규제가 혼인율 감소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와 실거주자를 확인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의 허점을 이용해 신혼집을 마련하는 이른바 '천재 신혼부부'가 화제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이 방법을 써서 신혼집을 마련한 직장인 김 모씨(36)의 실제 사례다. 먼저 신랑인 김씨가 갭(매매금액과 전세보증금의 차이)이 최대한 작은 5억원대 아파트를 현금 약 1억원에 전세를 껴서 구매했다. 이후 기존 세입자가 계약 만기로 나가는 시점에 신부 이 모씨(32)가 해당 집에 전세자금대출을 최대(80%)로 받아 김씨와 함께 입주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매매금액의 40%로 제한됐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의 80%까지 연 2%대 저리로 빌릴 수 있어 유리하다. 부부가 보유한 현금이 1억~2억원에 불과해도 5억~6억원짜리 집을 구매해 거주할 수 있다. 물론 김씨가 혼인신고나 전입신고를 하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으니 실제 결혼식을 올린 뒤에도 혼인신고는 미루고 있다.

신혼부부가 집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요인은 이 밖에도 많다. 우선 현재 최장 7년인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무주택 기간을 쌓아 가점을 최대한 높여 특별공급 당첨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정부 정책자금대출인 보금자리대출을 받기 위해 미루기도 한다. 보금자리대출은 1인 기준 소득한도가 7000만원이지만 부부일 때 8500만원에 불과해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대부분 대출을 받지 못한다.

1년여 전 결혼한 직장인 박 모씨(29)는 "내년 말 아파트 전세가 만기인데 혼인신고를 해 특별공급을 노릴지, 미혼 상태로 보금자리론을 받을지 고민인데 아이가 둘 이상이 아니면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어렵다고 해서 보금자리론으로 낡은 아파트를 사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태가 나오는 것은 임대보다 자가 소유를 원하는 2030세대의 욕구를 무시한 정부 정책 탓으로 지적된다. 앞서 2010년대 초·중반에 결혼한 선배들이 집을 사고팔며 억대 차익을 올린 것을 본 이들은 신혼집을 전세가 아닌 자가로 마련하고 싶어한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연령대별 구매 비중에서 1위(32%)가 30대였다. 그러나 정부는 '신혼부부는 임대에서 출발하면 된다'는 기성세대적 사고로 임대주택 공급에만 주력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3년간 3조원을 들여 신혼부부에게 전세대출이나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2017년 10월부터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5㎡ 이하 청약 시 추첨제를 폐지하고 '100% 가점제'를 적용하자 30대 이하는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최저점수(최소 50점)도 못 채워 '로또 분양' 기회도 없어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당첨 최저가점이 가장 최근에 분양한 르엘대치는 64점, 힐스테이트 창경궁은 50점이었다. 2030세대 사이에선 2010년대 초·중반에 결혼한 부부와 최근 결혼하는 부부 간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2017년 10월 이전에는 바카라사이트 추첨제 덕분에 청약점수가 낮아도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0대가 분양받기도 했다.

[정지성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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